블로그를 시작하고 하루에 한 개씩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연말, 연초, 가족행사 등등이 곂치고 회사업무와 병행을 하다 보니 사실상 컴퓨터 앞에 다가가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학생신분일 때는 컴퓨터와 혼혈일체가 되어서 눈을 부릅뜨고 모니터만 바라봤지만 어느덧 직장인이 되고 그 좋아하던 컴퓨터를 보고만 있는 모습에 괜히 "아~ 사회인의 맛은 이런 건가?" 싶습니다.

판암동에는 숨겨진 맛집들이 좀 더러 있습니다. 어떤 곳들이 있는지는 차근차근 블로그를 올려보면서 써 내려가 보도록 하고, 이날은 아시는 지인분이 맛있으니 같이 가자고 추천해준 집입니다. 이제는 백발이 되신 저희 아버님께서는 워낙에 고기를 좋아하셨어서 입맛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에 속하셨습니다. 저도 인천에 살았을 당시 아버님이 이곳저곳 맛있는 곳만 골라서 가족끼리 같이 다녀왔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분야에 조기교육과 깐깐한 입맛을 가지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까다로운 제 입맛에 눈치를 보며 같이 밥 먹기를 꺼려했었는데, 사람 입맛과 생각이 세월에 따라 변하듯 저도 편식하던 입맛도 고쳐지고 성격도 변하고 뒤돌아 서면 "내가 이랬나? 이런 사람이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어떤 환경이 바뀌고 어떤 계기가 있어야 변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이번 방문하게 된 강산식당의 외관은 아버지와의 추억이 좀 느껴지는 그런 가게입니다. 조금은 달라도 인천에 있었을 당시,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렇게 비슷하게 생긴 식당이 있었는데 외관도 그렇고 조금 있다가 먹을 음식 또한 비슷한 맛이났었던 것에 옛 생각이 납니다.
무한리필만 가봤던 분들이라면 이곳이 비싸게 느껴지실수도 있고 또 맛있는 고기만 찾는 분들이라면 이곳은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실 텐데 사실 저희 어머님께서 장사를 하셨을 때, 옆가게에 숯불갈비집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 상황이었는데도 사장님과 대화를 깊게 나누다 보면 장사가 나름 동네에서 잘 되었었는데도 불구하고 가게 형편과 직원과의 갈등 등등을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손해를 본다고 얘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오늘 간 이곳 또한 손님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맛과 사람을 남긴다는 생각을 받았습니다. 돈으로 생각했다면 만오천이상 받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니 말이죠. 자영업자분들 파이팅입니다.
상당히 맛있는 집인 느낌을 받았던 또 한 가지 이유가 바로 한화 야구선수 싸인들이 벽면 곳곳에 있어서 이곳이 맛집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그런 장소인 것에 확신이 들었고 뭐랄까 가게 분위기를 쭉 둘러보고 있으면 서비스방식이나, 홀 내부 나 상당히 다르지만 벽면은 뭐랄까 인천의 부암갈비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방 쪽에 고기포함해서 각종 메뉴들이 있고 손님들이 가득 차 있어서 가게 안은 정신이 없습니다.
잠시 후 고기가 나오는데 일반 냉동 삼겹살과 기계로 자른 것처럼 나오지 같지 않아서 두툼하게 나온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얼른 고기를 올리려는 지인분께 양해를 구하고 빠르게 사진을 찍느라 모양이나 구도가 애매하게 느껴지지만 가보시면 느껴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선명하고 싱싱함이 느껴지니 말이죠.
이날 홍합탕, 계란찜, 된장국이 있었는데 세 가지 중 어느 것이 따로 시켰는지 몰라서 반찬 나오고 나서 국을 따로 주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반찬구성은 대략 이렇게 나오는데 직접 하신 느낌이 드는 반찬구성입니다. 전반적으로 다 맛있었고 양배추절임 새콤함이 강해서 아쉬웠지만 하나하나 먹어본 결과 맛있었습니다. 고기가 선명해서 싱싱함 또한 잘 표현이 되어있고 이 날 또한 일을 가야 하는 날이어서 술을 못 마신 게 아쉬울 느낌이었지만 다음에 또 오면 술과 같이 먹어보고 싶습니다.
먹다 보니 점점 제가 뭐에 홀린 듯 고기에만 집중하고 멍하니 있었는데 왜 그런가 했더니 환풍기가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나름 최면에 걸렸던 게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한판, 두 판 삼겹살을 갈아 치우고 지인분께서 갈매기 살과 가브리살을 주문해 주셨습니다. 항상 먹는 고기가 삼겹살로 고정이 되어있는 저로써는 맛이 다르겠나 했지만,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약간 뭐랄까 돼지고기인데 소고기 먹는 느낌이 드는 그런 맛? 부드럽고 입안의 향도 삼겹살과 다르고 씹히는 느낌, 육즙도 적당히 나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갈매기살과 가브리살을 생각하니 군침이 절로 듭니다.
공깃밥에 고기만 먹고 있었는데 옆테이블에 추억의 도시락이 있는 거 같아서 시키고 싶었지만 이미 배도 좀 차고 다음번에는 추억의 도시락도 섭렵해 보겠습니다.
지인분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일을 가야 할 시간이 임박해서 다음 판까지는 먹지 못했지만 통 크게 사주신다는 말에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날 지인분 자녀에게 같이 서점 가서 문제집 한 권을 사줬었는데, 고마움과 그냥 잘 먹었다고 식상한 말로 나오기가 싫어서 가게에서 나올 때 "OO아, 아저씨 문제집 사줄 거 벌러 갔다 올게"라고 했는데 열심히 벌어서 문제집 다 풀었다 하면 또 사줘야 할 정도로 훈훈하고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이날 저와 예비신부님이 서로의 일로 상당히 육체적으로 힘든 날이었지만 고기 먹고 내일을 힘내보려 하면서 이번 포스팅 마치겠습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판암동 강산식당이라고 치면 안 나옵니다, 하지만 카카오맵에서는 나오니 이 주소를 검색하셔서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 대전 동구 옥천로 176번 길 5(도로명)
- 대전 동구 판암동 340-2(구주소)
- 전화 및 예약 042 - 282 - 9387
- 이곳 주차가 힘들지만 가게앞쪽 자리가 없다면 좀 멀리 판암장로교회 쪽까지 가셔야 합니다.
- 판암역 바로 앞이기 때문에 접근성은 상당히 좋습니다.
밤에 일하면서 새해를 맞이하고, 일 마치고 퇴근길에 잠시 멈추고 찍은 1월 1일 일출사진입니다.
모두 힘내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사건사고 없는 계묘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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